시대를 잘못 맞춰 나왔나? 너무 앞서간 자동차들

시도는 좋았지만, 시대를 너무 앞섰거나 혹은 시대를 잘못 만나 인기를 얻고 사라지는 차들이 종종 있습니다. 

이런 차들은 스포츠카부터 고급세단, 트럭에 이르기까지 종류도 다양한데, 국내에서는 어떤 멋진 차들이 있었는지 모아봤습니다.

<GM대우 G2X>

한국지엠은 지금도 쉐보레 카마로를 수입하고 있고, 과거에도 콜벳을 판매한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훨씬 이전에, 2008년 GM대우 시절에는 G2X라는 로드스터를 수입해 판매했었습니다. 

해외에서는 2리터 가솔린 터보와 2.4리터 가솔린 모델로 판매되었지만, 국내에서는 2리터 가솔린 터보와 5단 자동변속기 조합의 단일 모델만 수입했었습니다.

가격도 4,390만 원이 넘을 정도로 고가였습니다. 하지만 지붕은 수동으로만 접을 수 있었고, 판매량은 극도로 적어서 출시와 동시에 단종을 맞이했습니다.

<대우자동차 에스페로>

에스페로는 대우자동차가 1990년부터 1997년까지 생산했던 모델입니다. 

디자인은 이태리 디자인 회사인 베르토네사에서 담당했는데 기존의 세단들과는 많이 다른 모습의 파격적인 디자인을 선보였습니다. 

라디에이터 그릴이 없어지고, C필러를 모두 유리로 제작했고, 스포티하면서 미래지향 적인 디자인은 지금까지도 호평을 받고 있습니다. 더군다나 뛰어난 주행성능으로 호평을 받던 르망의 서스펜션을 그대로 이용했으며, 당시 영국의 자동차 전문지 오토 익스프레스가 선정하는 최고의 차에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후속모델인 누비라가 출시되면서 에스페로의 디자인은 명맥이 끊기게 되었습니다.

<삼성자동차 SM530L>

1990년대 말, 삼성자동차가 한창 잘 나가던 시절, 일반인들은 도로에서 보기도 힘들었던, 존재 자체를 모르는 이들도 많은 ‘SM530L’이라는 모델이 있었습니다. 

이 모델은 1세대 SM525V를 리무진으로 개조해서 삼성그룹 회장단에게만 약 10대만 제공되었던 차량입니다. 

외관은 SM5와 큰 차이가 없지만, 휠베이스가 10cm 더 길고, 실내도 훨씬 더 고급스럽게 꾸며졌습니다. 특히 홍라희 여사의 리무진은 단 1대만 특별 제작된 모델로 휠베이스가 20cm 더 길었다고 알려져 있긴 하지만 양산 모델이 아니어서 정확한 정보는 없습니다.

<현대자동차 라비타>

라비타는 해외에서는 매트릭스라는 모델명으로 판매됐으며, 특히 유럽에서 굉장히 인기가 많았습니다. 

승용차감각의 주행성능과 높은 전고, 실용적인 실내구조가 유럽인들의 취향과 맞았기 때문입니다. 특히 국내에 판매됐던 모델 역시도 유럽산 차량과 동일하게 단단한 주행감각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하지만 당시에는 단단한 주행성능이나 실용적인 차량이 인기를 끌지 못했던 시기여서 저조한 판매량을 유지하다가 단종됐습니다.

<현대자동차 아반떼 해치백>

2세대 모델인 XD에서 선보인 아반떼 해치백은 요즘 디자인으로 치면, 해치백보다는 쿠페형 세단이라는 표현이 훨씬 적합합니다. 일반 세단 모델과 달리 해치백처럼 뒷부분을 좀 더 크고, 볼륨감 있게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경사가 매우 완만하고, 도어가 열리는 형태도 쿠페와 매우 비슷합니다. 그 형태만을 굳이 비교하자면 BMW 4시리즈 그란쿠페와 비슷했습니다. 

판매량은 무난했지만, i30가 출시되면서 후속모델은 계획되지 않고 있습니다.

<어울림모터스 뱅가리>

어울림모터스가 2013년 선보인 뱅가리는 스피라의 디자인을 기본으로 하면서 데칼코마니처럼 양쪽 문을 붙여서 수어사이드 도어 형태로 제작한 아주 독특한 디자인을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이 디자인에 대해서 이해하는 이들은 많지 않습니다. 

가격은 1억 9,500만 원이라는 가격으로 책정해서 국산차 역사상 최고가 차량으로 기록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차량은 애초에 국내 법규를 통과할 수 없고, 투자유치를 위한 퍼포먼스 차량에 불과했기 때문에 도로에서 볼 수는 없었습니다.

<기아자동차 엘란>

기아 엘란은 칼리스타처럼 해외에서 생산된 차량을 국내로 들여온 모델입니다. 기아차가 로터스에서 1996년 들여온 모델인데, 라이센스를 구입하긴 했으나 부품은 85%까지 국산화해서 생산했던 것이 특징이었습니다. 

당시 가격은 칼리스타보다 1천만 원 이상 저렴한 2,750만 원에 판매됐으나 1997년 IMF와 맞물려 기아차의 경영 악화, 수익성 부족 등으로 인해 2년 만인 1999년 단종됐습니다. 하지만 중고 시장에서는 아직도 활발히 거래되고 있는 모델이기도 합니다.

<현대자동차 리베로>

현대차가 쏠라티를 기반으로 한 1.2톤 트럭의 출시를 앞두고 있지만, 사실 2000년부터 2007년까지 꽤 오랫동안 리베로라는 모델이 판매됐었습니다. 

이 모델은 스타렉스의 플랫폼을 공유해서 제작했고, 디자인도 상당히 유사했습니다. 그래서 미국산 정통 픽업트럭과는 달리 유럽형에 가까운 세미보닛이 적용됐고, 고급화를 추구했습니다. 그러나 상용업계에서는 포터보다 비싼 가격과 월등히 떨어지는 연비에 외면을 받아 후속모델 없이 단종됐습니다.

<쌍용자동차 액티언>

쌍용차가 개발한 쿠페형 SUV 액티언은 2005년 처음 출시됐습니다. 

플랫폼이나 파워트레인은 카이런과 같은 프레임 차체를 유지했지만, 도심형 SUV를 지향했습니다. 

디자인은 매우 파격적이었습니다. 요즘은 BMW나 메르세데스-벤츠에서도 쿠페형 SUV를 만들고 있어서 소비자들에게 익숙해졌지만, 액티언은 프리미엄 브랜드의 디자인보다 완성도도 떨어졌고, 새로운 형태의 차량이었기 때문에 판매량이 높지는 않았습니다. 후속모델이 기대되기는 했으나 코란도C가 투입되면서 국내에서는 단종됐습니다.

<쌍용자동차 칼리스타>

쌍용 칼리스타는 팬터 칼리스타를 국내로 들여온 차량입니다. 

칼리스타는 포드의 2리터 4기통 엔진과 2.9리터 6기통 엔진 등으로 제작됐습니다. 

디자인은 시대를 초월할 정도로 클래식하고 멋지지만, 가격이 너무 비쌌습니다. 1991년 당시에 2리터 모델이 3,170만 원, 2.9리터 모델은 최고 3,670만 원에 달했습니다. 이는 당시 국내에서 고급세단으로 군림했던 현대 그랜저보다도 훨씬 비싼 가격이어서 출시된지 만 3년만에 판매부진으로 단종되고 말았습니다. 현재는 국내에 15대 정도가 남아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